
로봇 산업의 다음 성장축, 휴머노이드보다 먼저 봐야 할 밸류체인
로봇은 자동화 장비에서 ‘움직이는 AI’로 진화하고 있다
로봇 산업이 다시 한번 큰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과거 산업용 로봇의 핵심 가치는 정해진 동작을 빠르고 정확하게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자동차 용접, 반도체·전자제품 조립 등 구조화된 생산 환경에서 로봇은 이미 중요한 생산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AI, 컴퓨터비전, 센서, 반도체 기술의 발전이 결합되면서 로봇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전에 모든 동작을 프로그래밍하는 장비에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는 Physical AI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제로봇연맹(IFR)은 AI와 자율성, IT와 OT의 결합, 휴머노이드의 실제 산업현장 적용, 노동력 부족 대응 등을 2026년 글로벌 로봇 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선정했습니다.
이미 거대한 산업용 로봇 시장
휴머노이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전에도 로봇 시장은 이미 상당한 규모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2024년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량은 약 54만2,000대로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연간 설치량이 50만대를 넘어선 것도 4년 연속입니다.
전 세계 공장에서 가동되는 산업용 로봇은 약 466만대까지 증가했습니다. 산업용 로봇 설치 시장의 가치 역시 2026년 기준 사상 최고인 약 167억 달러에 도달했습니다.
특히 로봇 산업의 중심은 아시아입니다.
2024년 신규 산업용 로봇의 74%가 아시아에 설치됐으며, 중국은 전 세계 설치량의 54%를 차지했습니다. 중국에서만 약 29만5,000대가 신규 설치됐습니다.
자동차·전자산업을 넘어 물류, 식품, 금속가공, 의료, 서비스 산업까지 자동화가 확대되면서 로봇의 적용 범위 역시 지속적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로봇을 많이 사용하는 제조국이다
한국 역시 로봇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IFR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은 1,220대로 세계 1위입니다. 싱가포르 818대, 독일 449대, 일본 446대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이는 자동차와 전자·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수준의 제조 자동화가 이미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한국은 로봇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에서 로봇 핵심 기술과 부품을 공급하는 국가로 이동하려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Physical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 분야 Physical AI 관련 예산은 2025년 2,149억원에서 2026년 4,022억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제조·물류·건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와 핵심 부품, 로봇 SW 개발 등이 주요 지원 대상입니다.
2025년에는 로봇 기업과 부품기업, 수요기업 등이 참여하는 K-휴머노이드 연합도 출범했습니다.
휴머노이드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 모양’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로봇 산업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는 단연 휴머노이드입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로봇에 맞춰 설계된 공장에서 높은 효율을 발휘합니다.
반면 우리가 사용하는 공장, 창고, 건물, 계단, 문, 작업대와 각종 도구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환경 자체를 크게 바꾸지 않고 로봇을 투입하려면 인간과 유사한 형태와 운동 능력을 가진 로봇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AI가 결합되면서 로봇은 단순 반복작업을 넘어 물체 인식, 이동, 조작, 작업 순서 판단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IFR 역시 2026년을 휴머노이드가 연구실과 시연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 제조·물류 현장에서 신뢰성과 경제성을 검증해야 하는 시기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기술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과 산업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완성형 로봇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몸을 움직이는 기술’
하나의 휴머노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① 액추에이터와 모터
사람에게 근육이 있다면 로봇에는 액추에이터가 있습니다.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 등이 결합돼 관절을 움직이며 로봇의 속도, 힘, 정밀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휴머노이드의 자유도가 증가할수록 필요한 구동 모듈의 숫자도 증가하기 때문에 향후 로봇 생산량 확대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② 감속기와 정밀기계 부품
로봇이 정밀한 위치에서 높은 토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감속기가 필요합니다.
정밀 감속기는 오랫동안 일본 등 일부 글로벌 기업이 강점을 가지고 있던 분야이며 높은 가공정밀도와 내구성, 생산 노하우가 요구됩니다.
로봇 시장 확대는 감속기뿐만 아니라 베어링, 볼스크류, 기어와 같은 정밀기계 부품 기업에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③ 센서와 엔코더
로봇이 주변 환경과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센서가 필요합니다.
카메라와 LiDAR뿐 아니라 힘·토크 센서, 촉각센서, 위치센서, 엔코더 등 다양한 센서가 사용됩니다.
특히 사람이 물건을 집듯 다양한 물체를 안정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손끝에서 힘을 감지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IFR 역시 AI 발전과 함께 촉각 및 힘·토크 센서, 경량 소재, SLAM과 LiDAR 등의 발전을 휴머노이드의 핵심 기술 변화로 꼽고 있습니다.
④ 로봇핸드와 그리퍼
실제 산업현장에서 로봇의 가치는 걷는 능력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로봇핸드와 그리퍼는 중요한 핵심 부품입니다.
형태와 무게가 다른 물체를 인식하고 적절한 힘으로 잡고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기계설계뿐 아니라 센서와 모터, 제어 알고리즘까지 동시에 필요합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로봇핸드와 산업용 휴머노이드의 양산 능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6년 8월 국민성장펀드는 원익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3,500억원 규모의 직접 지분투자를 승인했습니다.
⑤ Robot AI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만큼 중요해지고 있는 영역이 로봇의 두뇌입니다.
기존 산업용 로봇에서는 작업 하나를 변경할 때마다 상당한 프로그래밍과 세팅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AI가 적용되면 로봇이 카메라와 센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새로운 물체를 인식하고, 작업 방법을 학습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컴퓨터비전과 생성형 AI, 자연어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이 음성이나 시각적 명령만으로 로봇에게 새로운 작업을 지시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AI가 디지털 공간의 지능이라면 로봇은 그 지능을 현실세계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Physical AI의 실행장치인 셈입니다.
산업용 로봇 다음으로 서비스 로봇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로봇 산업을 휴머노이드 하나로만 볼 필요도 없습니다.
2024년 전 세계 전문 서비스 로봇 판매량은 약 20만대로 전년 대비 9%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물류·운송 로봇이 약 10만2,900대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전문 청소로봇 판매는 34% 증가했고 의료용 로봇 판매는 약 1만6,700대로 91% 증가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RaaS(Robot as a Service)입니다.
기업이 로봇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구독이나 임대 방식으로 사용하는 모델입니다. 2024년 전문 서비스 로봇의 RaaS 운영 규모는 전년보다 31% 증가했습니다.
이는 로봇 기업의 사업모델이 단순 장비 판매에서 유지보수와 소프트웨어, 데이터, 운영 서비스를 포함한 반복 매출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로봇 산업의 높은 성장성만 보고 모든 기업을 동일하게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ROOT가 주목하는 첫 번째 영역은 여러 종류의 로봇에 공통으로 공급될 수 있는 핵심 부품입니다.
휴머노이드의 최종 승자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느 기업의 로봇이 시장을 선점하더라도 액추에이터, 감속기, 모터, 센서, 엔코더, 로봇핸드, 반도체와 같은 부품은 필요합니다.
따라서 특정 로봇 플랫폼 하나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양산 능력입니다.
로봇은 시제품 한 대를 잘 만드는 것보다 동일한 품질과 원가로 수천 대를 생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생산수율, 공급망, 품질관리, 고객 인증 능력은 기술력만큼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실제 고객과 사용 데이터입니다.
PoC와 데모가 많다는 것보다 고객이 실제 비용을 지불하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합니다.
특히 로봇은 현장에서 사용될수록 작업 데이터가 축적되고 소프트웨어 성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설치 기반 자체가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네 번째는 반복 가능한 매출 구조입니다.
일회성 로봇 판매보다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RaaS와 같이 설치 대수가 증가할수록 반복 매출이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열풍과 투자를 구분해야 한다
현재 휴머노이드 산업에 높은 기대가 형성돼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상용화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가진 로봇 기업조차 아직 대규모 양산과 수익성을 동시에 입증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Boston Dynamics 역시 Atlas의 산업현장 투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대규모 배치 단계에는 도달하지 않았으며, 회사 측도 단기간 내 IPO보다는 실제 생산·운영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휴머노이드 기업에 대한 투자 열풍 이후 반복 매출과 수익성, 기술 차별성을 보다 엄격하게 검증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로봇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접근은 시장 규모 전망만으로 현재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ROOT View
인터넷과 스마트폰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모든 완제품 기업이 승자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카메라, 디스플레이, 통신 부품과 플랫폼을 공급한 기업 가운데서는 산업 성장과 함께 거대한 기업으로 발전한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로봇 산업도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시장의 관심은 휴머노이드의 모습과 움직임에 집중돼 있지만,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그 로봇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어떤 회사가 최종 완성형 로봇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인가보다, 승자가 누구이든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기술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한 투자 질문일 수 있습니다.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모터, 센서, 로봇핸드, 제어기, AI 반도체, Robot AI와 같은 핵심 밸류체인은 산업이 성장할수록 함께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ROOT Investment는 로봇 기업을 검토할 때 단순한 기술 시연보다 실제 고객, 양산 가능성, 원가 경쟁력, 반복 매출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진입 가능성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완성형 로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그 로봇의 움직임과 지능을 만드는 핵심 기술과 공급망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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