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우주 산업의 구조적 성장, 발사체 너머의 투자 기회
우주를 향한 경쟁은 이제 산업의 경쟁이 되고 있다
과거 항공우주 산업은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전략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항공기와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과 장기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했고, 실제 시장 역시 정부와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산업의 구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민간 항공 수요의 회복과 항공기 교체, 위성 발사 비용의 하락, 소형위성의 확산, 국방 분야의 무인·자율화, 우주 데이터 활용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항공우주 산업은 하나의 거대한 밸류체인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Space Foundation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경제 규모는 2024년 약 6,13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상업 부문이 전체의 78%를 차지했습니다. 우주 산업의 중심이 정부 프로젝트에서 민간 비즈니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항공 산업: 신규 항공기보다 더 긴 시장이 열린다
항공 산업에서는 장기적인 여객 수요 증가와 기존 항공기 교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Airbus는 2026년부터 204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4만2,060대의 신규 항공기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약 1만9,820대는 노후 항공기를 대체하기 위한 수요입니다.
투자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항공기 판매량만이 아닙니다.
항공기는 수십 년 동안 운영되는 자산입니다. 한 번 공급된 항공기는 지속적으로 부품 교체, 정비, 엔진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Boeing은 2026~2045년 글로벌 민간항공 서비스 시장을 약 4.9조 달러 규모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MRO(Maintenance, Repair & Overhaul), 부품 공급망, 교육 및 디지털 운항·정비 서비스 등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항공 산업에서는 완제기 제조사만큼이나 엔진 및 핵심 부품, 정밀가공, 항공전자, 소재, MRO, 예지정비 솔루션과 같은 후방 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주 산업: 위성의 대량생산 시대
우주 산업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위성의 수입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4,434기의 위성이 발사됐으며, 연말 기준 지구 궤도에서 운용되고 있는 위성은 1만4,266기에 달했습니다. 상업 발사서비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33% 증가한 124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대형 위성을 오랜 기간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다수의 소형위성을 연결하는 위성 군집(Constellation) 방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산업 구조도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위성이 많아질수록 위성 본체뿐 아니라 통신장비, 안테나, RF 부품, 전력시스템, 센서, 반도체, 열관리 기술, 지상국 장비와 같은 부품 수요가 함께 증가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중요한 시장은 위성을 만드는 것보다 위성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장일 수 있습니다.
위성 영상은 이미 농업, 기후관측, 재난관리, 물류, 국방, 지도, 자원 탐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통신 분야에서도 스마트폰과 위성을 직접 연결하는 D2D(Direct-to-Device)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방과 우주의 경계도 사라지고 있다
항공우주 산업을 볼 때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Dual-Use입니다.
드론, 자율비행, 위성통신, 정찰위성, AI 기반 영상분석, 항법 기술은 민간과 국방 시장에서 동시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2026년 들어 글로벌 방산 투자 역시 무인 시스템, 자율화, 미사일 방어, 우주·사이버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Deloitte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글로벌 Defense Tech 벤처투자 규모는 약 19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했으며, 자율 시스템이 전체 투자금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항공우주 기술이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AI·로봇·통신·반도체·방산이 결합된 첨단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흐름입니다.
한국도 민간 중심 우주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우주항공청의 2026년 예산은 1조1,2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1%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우주수송 역량 확보 2,662억원, 위성통신·항법·관측 혁신 2,362억원, 민간 주도 산업 생태계 조성 1,738억원 등이 배정됐습니다.
특히 2026년 우주항공 R&D에는 약 9,495억원이 투입됩니다.
정부는 누리호 반복 발사를 통한 신뢰성 확보와 민간 기술이전, 소형발사체 경쟁력 강화, 우주급 부품의 검증 이력 확보, 위성영상 데이터 활용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우주산업이 정부 연구개발 중심에서 민간기업이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산업 생태계로 이동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항공우주는 성장성이 높은 산업이지만 모든 기업이 투자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발사체나 완제기처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사업은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상용화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정부 프로젝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긴 인증기간, 수출통제, 고객 집중도 역시 주요 리스크입니다.
ROOT가 주목하는 영역은 오히려 밸류체인 안에서 반복적으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기업입니다.
①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핵심 부품·소재 기업
엔진 부품, 정밀가공, 복합소재, 항공전자, RF·통신부품 등 높은 인증장벽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한 기업은 장기간 공급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② 위성 증가와 함께 반복 매출이 발생하는 인프라 기업
위성 본체뿐 아니라 지상국, 통신장비, 안테나, 전력·열관리 시스템, 우주급 반도체 및 시험·검증 장비 등도 위성 수 증가의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③ 우주 데이터를 실제 산업에 연결하는 기업
위성 영상과 데이터를 농업·국방·물류·보험·재난관리 등에 적용해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④ MRO와 디지털 정비 기업
항공기 운항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비·부품·예지정비 수요는 누적됩니다. 신규 항공기 생산보다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영역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⑤ 민간과 국방 시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Dual-Use 기업
자율비행, 센서, 통신, 위성영상 분석, 드론 및 AI 기반 시스템처럼 하나의 기술을 민간과 국방 양쪽에 적용할 수 있는 기업은 시장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ROOT View
항공우주 산업의 매력은 단순히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과거 소수의 완제기·발사체 기업 중심이었던 산업이 부품, 소재, 위성, 통신, 데이터, AI, MRO, 방산으로 세분화되면서 새로운 기업들이 밸류체인에 진입할 공간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변화입니다.
특히 투자자는 화려한 로켓 발사 자체보다 그 뒤에서 반복적으로 매출을 만들어내는 기업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천 개의 위성이 발사된다면 누가 위성에 들어가는 부품을 공급하는지, 누가 데이터를 처리하는지, 누가 지상에서 통신을 연결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항공기 시장이 성장한다면 누가 항공기를 만드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누가 수십 년 동안 해당 항공기의 부품을 공급하고 정비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항공우주 산업의 투자 기회는 하늘과 우주 그 자체보다, 그 거대한 산업을 움직이게 하는 핵심 기술과 공급망 안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ROOT Investment는 기술의 화려함보다 실제 고객, 반복 가능한 매출 구조, 높은 진입장벽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중심으로 항공우주 산업의 투자 기회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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